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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review

[배우학교] "배우니까 배우세요"- 진지한데 재밌는 배우는 예능!

개인적으로 예능프로는 진지한 느낌보다는 아무생각없이 웃고 떠드는 프로를 좋아한다. 처음 배우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알게되었을 때, 예능보다는 다큐같다는 평을 보기도 했고, 생각보다 진지하다는 리뷰들을 보고는 아예 볼 생각이 없었던 프로. 포멧도 뻔할것 같고 결국은 쇼일거란 생각도 앞섰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평일색인지라 뒤늦게 궁금하여 찾아보았는데, 기대이상이다. 예상대로 출연진 전원은 웃기려는 시도없이 진지한 자세로 가르치고 배운다. 뭔가 예능프로를 보면서 인생을 배우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깨알같은 자막이 '아 이건 예능이었지'라고 알려준다. 별거아닌 장면 같은데 자막하나 입혀지니 재미까지 더해진다.

유병재도 처음 자기소개시간까지만 해도 적당한 드립도 하려하고 아무래도 예능인지라 웃기려는 시도가 잠시 있었으나, 곧 분위기를 깨닫고 진솔한 자세로 임한다. 개그나 유머는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나온다. 박두식이 발성연습을 알려주는 장면은 정말 올해들어 가장 크게 웃었던 예능 장면이었다. 그 뿐아니라 수업만 하고 수업만 열심히 듣고, 그러는 와중에 깨알같은 잔잔한 웃음들도 보기좋다.

촬영하러가 아닌 연기수업을 하러 왔다는 "선생님" 박신양의 진심이 시청자한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서 좋았다.

가장 좋은 부분은 박신양의 가르치는 방식. 무작정 다그치지않고, 부족해도 칭찬하고, 실수해도 이해해주고, 하지만 열정적이고 솔선수범하여 시범을 보이는 수평적인 스승. 나에게도 저런 스승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이 든다. 감정표현에 미흡한 로봇연기 창시자 장수원은 힘들어하고 실수하는데에 두려움을 갖자, "실수하면 어떠냐. 목표를 실수하는는 것으로 잡자"고 하며 다독이는 박신양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나타낸다. 다음 회부터는 더 적극적인 자세가 기대가 된다.

다른 학생들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위너 남태현은 과거 드라마 심야식당에서의 발연기 논란을 언급하며 제작진과 다른 배우들에게 민폐가 된것 같다며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눈물을 보였는데, 많이 힘들어 했음이 보여 안쓰러웠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을 연기하는 과제에서도 인상적이었고,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수업을 듣고 과제도 나서서 이끄는 불꽃막내의 모습을 보니 조만간 발연기 꼬리표는 뗄 수 있지 않을까. 

이진호는 개그맨답게 중간중간 센스가 빛을 발한다. 남태현의 안마의자 기종을 맞추는 것부터 유병재에게 샴푸 장난까지. 그런데 웃겨야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그런지 더 자연스러운 모습에 더 웃음이 난다. 하지만 수업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박두식과 유병재는 수업을 위해 아끼며 길러온 수염까지 면도를 한다. 불평할만도 한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임하는 마음가짐이 너무 예쁘다. 심희섭은 잘 몰랐던 배우인데 매력이 넘친다.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심현섭이 박신양과의 1대1 식사를 하며 안절부절하는 모습도 귀엽다. 출연진들의 합숙후기를 보면 다들 입모아 너무 힘들었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가 아닌 리얼로 진지하게 배우는 자세가 보기좋다.

특히 이원종의 순수한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처음 라인업에서 이원종의 이름을 보았을 떼, 아니 이분이 왜? 연기도 잘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먼저였고, '선생님' 박신양보다도 나이가 많은데 가르치러 오시는게 아닌 배우러 온다는 소식에 무리가 아닐까 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고민에 진정성의 느껴졌고, 임하는 자세는 진지했으며, 누구보다 순수하게 행복해하며 연기를 배우는 모습에 뭉클했고 또 존경스럽다.

특히 노틀담의 곱추를 연기했을 때. 박신양의 지적이 있었지만, 막눈인 내입장에서는 그 지적이 이해가 안될 정도로 짧지만 정말 숨쉬지 못할정도로 몰입해서 본 연기였다. 본인의 연기에 어느정도 자부심도 있을 터인데 어린 후배의 조언을 마다하지 않는 그 열정과 용기가 부럽다.

발성, 몸짓 등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노력하고 고민해야하는 직업임을 그 전에는 전혀 몰랐다. 대사 한줄에도 깊은 감정이 있음을. 아마 전국의 배우지망생들에게도 정말 많은 도움과 가르침이 되고 시청자가 배우의 숨은 노력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인 듯하다.

배우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7명의 학생들의 연기발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