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라는 배우를 내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부활을 본 이후로 그만큼의 몰입도를 느낀건 개늑시가 처음이었던듯. 2007년 방영작이지만 부활과 함께 꼭 손꼽히는 명작드라마로 유명하다. 이 두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미드 못지않은 고퀄리티의 스토리라인과 짜임새있는 구성이구나 하면서 감탄을 했었다. 정통 액션 느와르 장르답게 매화 영화 못지않은 액션으로 보는 즐거움은 덤으로.
"개와 늑대의 시간". 제목부터도 심상치 않다.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프랑스 말 heure entre chien et loup에서 따온 것으로 개와 늑대를 구분할 수 없는, 낮도 밤도 아닌 애매모호한 시간의 경계 즉 해질무렵의 황혼을 의미한다. 뭔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목이다.
아마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제목은 잃어버린 기억과 복수심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수현의 모습을 표현한 듯하다. 또한 복수극 임에도 선과 악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다. 적과 아군, 친구와 연인. 마오(최재성)는 수현/케이(이준기)에게 어머니를 죽인 원수이지만 기억을 잃었을 당시 믿고 따를만큼 의지하던 상대이며, 지우(남상미) 또한 어릴적부터 사랑하는 연인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마냥 원수의 딸이고, 친구이자 형제인 민기(정경호)도 적대관계로 맞선다. 이 모든 모호한 경계를 지우는 것은 바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그것을 담아낸 연출, 그리고 연기력으로 녹여낸 연기자들일 것이다.
무조건 식상하게 로맨스로 연결되는 멜로보다는 액션과 사건, 복수가 주를 이룬것이 좋았다. 물론 중간중간 이준기와 남상미의 절절한 로맨스 또한 예쁘긴하다.
국정원 NIS요원인 수현이 언더커버(잠입수사)로 청방 조직에 침투. Kay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캐릭터이다. 개인사는 말할것도 없고, 국정원에서는 죽고난 뒤에도 이름을 남길 수 없다는데 목숨을 걸고 언더커버를 하면서 인정도 못받고.. 하긴 이 드라마에서 안타깝지 않은 인물이 있으랴.
중간에 기억을 잃으면서 방황할 때의 모습을 보면 드라마 부활과도 조금은 비슷하다. 언더커버도 어찌보면 1인2역과 다름없으니까. 수현일 때의 모습과 기억을 잃고 케이로 다시태어난 모습은 전혀 다른사람 같을 정도로. 이전 "왕의 남자"에서의 '공길'역할이 너무나 강해서 그걸 지울 수 있을까 걱정했던게 무안할 정도로 그는 연기를 정말 잘한다. 여자보다 예쁜 남자로 대세가 된 그가 태권도 유단자 답게 화려한 액션을 무리없이 소화하는 모습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배우 이준기는 개인적으로 작품에 대한 욕심이 보인다. (굉장히 좋은 의미로 하는 말이다) 열정이 보이고 선택을 하는데 신중함이 보인다. 본인이 다칠수록 더 몰입하는 것 같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은데 몸은 고생하는것 같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은 더큰 재미를 느끼겠지. 믿고보는 이준기랄까. 그래서 개늑시 이후에도 일지매, 투윅스 등등 꼭 챙겨본 것 같다. 그의 장르도 내 취향!
버거집 알바생 얼짱으로 유명했던 남상미가 이렇게 성장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호감인 배우인지라 더욱 기대를 하며 봤는데 역시나 너무나 예뻤고 연기력 또한 호평을 받았다. 뒤로갈수록 지우(남상미)가 나올 때마다 조금 쳐지는 감이 있었는데 그건 극의 전개 상 어쩔 수 없던 것 같다. 이준기와 남상미 두 배우간의 케미는 글쎄. 연인으로는 사실 엄청나게 좋은 케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드라마 특성상 멜로가 주된 요소가 아니었기에 다른부분은 너무 좋았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수현이 케이가 되어 나타났을 때, 자신을 몰라볼 때, 그 혼란스런 복잡미묘한 감정연기가 남상미 그녀를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시켜준 것같다.
배우 정경호의 재발견. 정경호라는 배우가 이렇게 매력덩어리인지 개늑시를 통해 알았다. 개구장이 같이 능글맞던 모습도 너무나 귀여웠지만, 장난기많던 극중 민기가 아버지를 잃고 오열할때는 진짜배우구나 싶었다. 이후부터는 밝은 모습보다는 카리스마있는 남자를 보여준 정경호. 보는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호소력있는 연기력이 일품이었다.
간단 줄거리: 태국의 범죄조직 청방에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 수현(이준기)는 입양이 되어 국정원(NIS)요원이 된다. 이후 청방이 관련된 사건을 맡으면서 결국 청방에 언더커버(잠입수사)를 하게되고. 과거를 숨긴채 복수를 위해 케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드라마 리뷰를 쓰다가 배우들의 연기력의 평으로 뒤바뀐게 아닌가 잠시 멈칫하지만.. 결국 그 드라마의 배역을 평가한거라 생각해야지;;
개인적으로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다. 하지만 어두운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초반을 참지 못할수도 있다. 무간도 짝퉁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비슷한 소재인지라 그런 태클이 들어온 듯. 하지만 무간도는 무간도대로 개늑시는 개늑시대로 그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고 드라마가 계속될수록 그얘기는 쏙들어갔다. 매회를 기다릴 정도로 몰입도 있는 드라마이다. 무엇보다 이전에는 한국에서 흔히 보지못한 장르물를 매주 방영해야하는 드라마로 멋지게 소화했다는 점이 가장 박수칠만하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품 법정드라마 [신의저울] (0) | 2015.03.03 |
---|---|
믿고보는 이준기 두번째! 드라마 [일지매] (0) | 2015.02.15 |
비슷한듯 다른 [호구의 사랑], 웹툰 vs 드라마 (0) | 2015.02.11 |
짜장면이 땡긴다- 드라마 [펀치] (0) | 2015.02.10 |
엄포스의 탄생! 최고의 명작 "부활" (0) | 2015.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