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테니스 2018 BMW오픈] 정현 준결승 경기 리뷰 (vs 즈베레프)

lovelier 2018. 5. 5. 23:57

2018 BMW 오픈 4강 경기

정현 대 알렉산더 즈베레프 (Alexander Zverev)


사실상 이번 대회 결승 경기였다.

세계 랭킹 3위, 이번 대회 탑시드를 받은 즈베레프와의 한판승부. 차세대 주자를 가리는 승부라고 해서 주목도 많이 받은 경기이다.

랭킹 면에서 정현보다 크게 앞서고 있는 즈베레프이지만 어쨌거나 상대전적은 앞서고 있었기에, 왠지 해볼만 하다는 기대도 많았는데 결과는 아쉽게도 패하고 말았다.




서브는 즈베레프가 좋지만 최즌 52주 기록을 비교해보니 리턴의 수치는 정현이 압도적인 모습. 정현의 수비는 정말 최고다

특히나 클레이코트에서는 미끄러지며 모든 공을 받아내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다. 창과 방패의 대결인 건가..ㅎㅎ


1세트부터 기싸움이 아주 팽팽했다. 두 선수의 기량이 비슷하고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면서 보는 입장에서는 재밌었던 경기였다.


처음부터 브레이크에 성공하면서 수월하게 시작했다. 즈베레프가 정현을 의식하는 장면이 많이 보였다. 호주오픈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의욕적인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만큼 정현을 만만치 않게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더 좋은 공을 보내려 하면서 정말 좋은 각도 큰 앵글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로 인한 실수도 간혹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5번째 게임에서 듀스를 잇는 끝에 아쉽게 정현의 더블 폴트로 브레이크를 당하였다. 다시 찾아온 정현의 서브게임에서 기에 눌린 듯이 러브게임으로 브레이크를 당하며 다시 위기였다. 4번째 게임부터 8번째 게임까지 내리 이겨낸 즈베레크에게 분위기가 넘어가면서 계속 답답해하는 정현 선수의 표정도 보였다. 

역시나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9번째 자신의 서브게임을 침착하게 지켜내고, 이어지는 게임을 다시 브레이크 해내면서 5:5의 스코어와 함께 흐름도 가져오는 듯 했으나... 연이은 3개의 unforced error가 나오면서 아쉽게 게임을 넘겨주고 말았다. 마지막 게임, 이번 게임에만 즈베레프는 더블폴트 2개나 있긴했지만 219km를 오가는 강력한 서브로 게임을 가져가면서 1세트는 5-7로 즈베레프의 승.



2세트는 첫 정현의 서브게임부터 듀스에 이어 브레이크 포인트까지 몰렸으나 잘 벗어나 게임을 지켜냈다. 마지막 포인트에서 즈베레프가 자기가 공의 타점을 잘못맞혀놓고 두팔을 벌려 항의하며 흥분하는 모습이 잠깐 나왔는데, 왜 저럴까 싶었다.. 심판에 어필해보았으나 명백한 본인의 실수이니 달라질 것은 없었지만 왠지 심리적으로 흔들려는 전략이었을까? 즈베레프의 저런 모습이야 호주오픈에서도 가끔 나왔기에 익숙하긴 했다 ㅎㅎ

세번째 정현의 서브게임도 듀스, 브레이크 포인트를 거듭하며 위기를 맞았다. 특히 완전한 찬스인 볼을 스매싱하는 과정에서 큰 실수, 그리고 다음 이어지는 드롭샷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실수가 나오며 허무하게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5번째 게임마저 브레이크를 당한 게 굉장히 컸다.

즈베레프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정현의  자잘한 범실이 많이 나온 점이 참 아쉽다. 흐름을 뺏기면서 살짝 성급해지는 모습도 보였고..

(해설에 의하면) 서브의 타점이 자꾸 아래쪽을 맞으며 잦은 실수로 이어졌다고 한다. (아마도 경기 후 코치진들과 수정을 하고 또다시 발전하겠지..) 이 경기를 토대로 위기관리능력이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게임포인트 2대6, 세트스코어 0대 2로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즈베레프가 2년 연속 결승진출에 성공하게 되었다.


그래프 기록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즈베레프의 서브에이스는 무려 8개인 반면 정현은 0개였다. 첫 서브가 승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50%로 많이 나오지 않은 점도 고전을 했던 이유인 것 같다. 아무래도 2세트를 2-6으로 비교적 크게 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탯이 즈베레프가 앞섰다.



사실 호주오픈에서 초반에는 즈베레프의 강력한 서브에 살짝 고전하기도 했기 때문에 클레이코트인 만큼 그만큼의 위력은 안나올 듯 하여 기대를 살짝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좋은 서브를 가진 즈베레프. 서브에이스도 꽤 많이 나왔고, 속도와 무게도 강력해서 상대하기 쉽지만은 않았다.

내심 이번 경기도 이기고 즈베레프에게 정현이 그냥 천적으로 자리잡기를 바랐으나 모든 게임을 이길 수는 없겠지.. 하지만 충분히 잘했다. 특히 이번 BMW오픈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대회. 4강의 4명 중 3명이 독일 선수.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한몸에 받은 즈베레프를 상대로 유일한 한국 선수로서  아주 잘해주었다.



작년에 이어 이 대회 4강. 이번 경기는 아쉽게 되었지만 사실 정현에게 이번 대회는 긴 휴식기 끝에 클레이코트의 첫시즌이다.

클레이코트 첫 시즌에 4강이라니! 충분히 좋은 결과이며 매우 산뜻한 시작이다. 다가오는 대회들과 5월 말에 열릴 프랑스 오픈에 더 큰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이다.